“나는 어디서 왔나요?” 범상치 않은 물음으로 시작부터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던 미실을 읽으면서... 처음은 낯설은 문체 때문인지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읽을수록 작가의 상상력과 서사적인 문장구조에 매료되어 진지하게 읽어 내려 가다보니 그 느낌은 생전 마셔보지 않은 꽃잎차를 마시듯 특이한 향취가 느껴졌다.
“너는 어미에서 다시 그 어미로 이어진 대원신통의 혈맥이다. 인통은 지상의 신을 몸으로 모셔 왕위를 보존하는 지극한 임무를 지녔으니 네 몸은 의지로 앞서 의모에 충실해야 하느니라.“
왕의 여자가 되기위해 태여난 미실 그녀는 태여 나서 다섯 해를 숲 속에서 자유롭게 놓아져 발가벗은 채 숲을 기고 달리며 만물을 벗 삼아 대화하는 법을 익히고. 흘러내리는 것은 흘러 내리는 대로 걸리는 것은 걸리는 대로 스치고 스쳐 지나가고 흐르고 흘러 사라지는 모든 것 들을 천천히 흘리며 외할머니인 옥진으로부터 왕의 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침 받는다. 시부를 짓고. 악기를 다르고. 여러 가지 재주와 남여간의 운우도 배워 익히고. 칠손의 비방과 구기의 상법 한방과 민간을 통튼 춘약을 정제하는 방법을 배우고. 아양을 떨어 사람의 마음을 흘리는 미태술 과 가무의 기법도 전수하여 모두와 구별되는 명실 공히 왕의 여자로서의 면모를 부족함 없이 가꾸어 나간다. 미실의 얼굴에는 천년도 더 산 노파와 갓 태여난 아이의 낯빛이 함께 어려 괴이하고도 아름다운 여인. 속살이 이뻐지길 바라며 하로차를 마시고 옥문을 보양하는 약을 지어먹고. 교합의 수위를 조절하는 감탕법 .옥문을 강화하는 법을 배워 관능으로 눈부신 여인 미실은 천계가 트여 여인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그녀 나이 열네살에 세종을 만나 사랑하지만 세종의 마음을 어지렵혔다는 이유로 세종의 어미인 지소태후로 인해 처참하게 끌려 나간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쫓겨나 다시 만난 사다함은 매화처럼 단정한 소성을 지닌 남자로서 죽기까지 미실에 대한 사랑에 변함이 없지만. 그 사랑도 잠간 다시 지소태후의 부름으로 세종에게 돌아가는 미실은 세종의 사랑을 등에업고 절대 권력자로서 부상하게 된다.
사도왕후의 아들이자 미실의 조카 동륜태자 사다함의 수하 무관랑 사다함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하종 세종의 형인 진흥제 사다함의 아우 미실의 동생 미생 진흥제의 둘째아들 금륜 이들은 모두 미실의 불가사의한 관능에 저항하지 못했다. 미실의 사랑은 복종하는 자에겐 아낌없이 반대하는 자에겐 시비 주비 없이 가차없이 보복하는 것이다 이렇듯 성애에 대한 미실의 욕망은 자유를 향한 갈구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성애를 통해 자유로와지고 .어떤 상대라도 상관없이 성애자체가 완전한 세상이었다. 미실의 성교는 생활이면서 철학이었다. 자연의 법칙이었다 더럽거나 깨끗하고 낮거나 높고 천하거나 고상한 세상만사가 무두 성애 안에 있는 것. 성애의 연락에는 모두가 가능성이 숨어있게 마련이오 착하고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 좋고 나쁨 귀하고 천함
“사랑은 죄입니다 죄를 짓는 만큼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미실은 설령 가장 비천한 존재가 된다해도 스스로를 지킬 사람은 자기 뿐이 고 믿는다 그녀를 열기위해 상대는 한없이 간절해지고 간곡해져야한다 거짓으로 비롯되었던 것 까지 진실이 될 때까지 미실은 그러한 기묘한 변화가 일어나는 찰나를 정확히 간파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권력 그것은 누군가를 도모하고 제압 할 수 있는 힘. 누군가를 선택하고 꺼리는 어떤 일 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 .힘없는 여인이었기에 감당해야했던 숱한 일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선택으로 운명 속 에 내동댕이 쳐야했던 기억이 그녀를 더욱 냉철한 권력가로 만든다 그녀는 어머니의 법칙으로 정치를 하여 모든 것을 아우르고 진정시키며 절대 권력의 승자였던 미실...그녀의 장점은 지나간 시절을 후회하지 않고 물 흘리듯 흘러보내는 것 이다. 만약 오늘날의 여인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녀가 영웅호걸을 미색으로 녹여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유일하게 여성의 높은 사회적 지위가 가능했던 신라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뛰어난 미색이라 하나 성형미인이 가득한 요즈음에 있어서는 과히 빗을 발할 수 도 없거니와 성에대한 인식이 확연히 다른 요즘세대의 여인이었다면 어쩌면 방종을 넘어선 문란한 여인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소설을 통해서 끝없이 이어지는 금친 상간은 솔직히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작가의 상상력이며 소설 일뿐이기에 그 혼란은 잠간이고 오히려 대리체험의 묘미를 더해준다. 그에 더해 여성의 본질에 대한 의문을 가져보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을 통해서 작가의 숨은 노력이 얼마나 깊었을지 생각해 보면서 아울러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