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신발論
성 명 : 마경덕
늦은 출발이지만 나에게 포기란 없다

증권과 자동차와 아파트를 얘기하는 친구들 곁에서 나는 시를 읽었다. 이미 그것들은 내게 위안이 되지 못했으므로. 값이 오른 증권과 새로 구입한 자동차와 평수를 늘린 아파트를 자랑하는 동안 나는 한 권의 시집을 먹어 치웠다. 도대체 그것들이 내게 얼마나 위로가 될 수 있는가. 시 한 편이 주는 넉넉함과 짜릿한 감동에 비한다면.

좋은 시를 만나면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성냥불을 확 그어댔다. 가슴에 치미는 왕성한 식욕. 그렇다. 지병인 식탐이 도져 아아, 나도 이렇게 맛난 시를 지어야지. 쩝쩝 입맛을 다셨다. 외로운 사람에게 내 글이 한 끼의 위로가 된다면 기꺼이 그의 밥이 되리라. 그러나 가진 건 오직 열정뿐. 아직 부족하고 많이 서투르다.


얼마 전 모 방송국에서 창사특집으로 '야생의 초원 세렝게티'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강가에서 물을 마시던 누(gnu) 한 마리가 악어에게 다리를 물려 물속으로 끌려가는 광경은 참으로 처절했다. TV를 지켜본 사람들은 대부분 악어의 밥이 되는 누의 죽음을 예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집념. 한 마리 연약한 짐승이 보여준 삶의 의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나는 지금 악어에게서 풀려난 누의 심정이다. 당선의 기쁨을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넘어야 할 만만찮은 강을 생각한다. 저 절실한 누처럼 끝까지 시를 붙잡고 늘어지리라. 늦은 출발이지만 애써 서두르진 않겠다.


병 깊은 어머니를 지켜보며 실의에 빠져 있던 나날. 느닷없이 날아든 당선소식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세상엔 아직 따뜻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손을 들어주신 심사위원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노력하여 좋은 글을 쓰는 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능력을 턱없이 믿어주신 정공채, 김경민, 이윤학, 정병근 선생님. 격려를 아끼지 않은 남편과 시향 동인, 여러 문우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약력>

▲1954년 전남 여수 출생

▲1971년 여수 여항실업고등학교 졸업

▲2000년 마로니에 주부 백일장 시부문 준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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