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불가리아 여인
성 명 : 이윤설
매일 창 여는 시간은 일정하지 않지만,

매일 창 여는 순간 일정하게 지나가는

이국의 여인.

자줏빛 붉은 함박꽃 모직코트를 여며 입은 그 몸은 뚱뚱하나

검게 불 타는 흑발,

영롱한 흑요석의 눈동자를

불가리아 여인, 이라 칭하기로 하자.

가본 적 없는데도 그 여인 볼 때마다

벽력처럼 외쳐지는

불가리아!

정염의 혀가 이글거리는

태양과 열정이

조합된

발음!

가혹하게 태질하는 칼바람을

움츠려 깊이 찔러넣은

함박 핀 꽃은

불길하게도 피붉어

하염없이 걷고 걸어도 불가리아 여인

하염없이 걷고 걸어도 내 창 앞 그 여인

어쩌다 여기에 와 있는 거죠,

겹쳐진 창문으로 지나가는 그 여인

부풀어 터질 듯 꽃핀 몸, 타오르는

흑요석 눈빛은 생각하겠지,

저 이방의 여인 코리아의 여인

창 속의 갇힌 듯 노랗게 뜬 얼굴 부르쥔 손

왜 내가 지나가는 이 시간마다 일정하게 창을 여는 걸까.

어떤 이끌림이

그녀와 나의 눈동자 속 흑점에 맞추어지고

우리 서로 의아해하며 바라본다

왜 하필 나를 선택한 걸까.

하고많은 사람 중에

불가리아 여인

코리아 여인

우연히 다시 만난다면 스치듯 안녕, 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불길하게도 매일 일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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