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명 : 주방장은 쓴다
성 명 : 이영재
시 ' 주방장은 쓴다' 당선소감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삶’을 쓰겠다


무엇보다, 아주 조금 운이 좋았습니다.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 생각만 해도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계속 시를 쓰게 된다는 것, 사실 앞으로도 그 죄송한 마음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것에 더욱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선생님들. 김혜순 선생님, 채호기 선생님, 이광호 선생님. 전해주셨던 말씀들이 저를 지금껏 견디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울예대에서 배움을 주셨던 수많은 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었던 나의 친구들. 효준, 준섭, 상우. 고맙다. 이름을 적지 못한 수많은 친구들도. 윤동주, 백석, 이상, 김춘수, 김수영. 이 시인들의 이름을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며칠 동안 수상소감에 적을 말을 생각해 봤는데 도통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시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미 시는 제게서 분리된 것 같습니다. 이제 시는, 시의 몫입니다.

사는 얘기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늦은 졸업입니다. 주말마다 열두 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곧 서른이 됩니다.

신춘문예 당선을 하긴 했지만 이력서는 꽤 많이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서울의 월세방은 비싸고, 라면은 더는 먹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의 속도에 뒤처지고 있다는 좌절감은 도통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이쪽의 뉴스와 저쪽의 뉴스를 매일 보려고 노력합니다.

누군가는 살아있지만 이미 살아있는 상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거리의 찬 바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사진으로만 접합니다. 혼자 있을 때도 웃어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거울 속 얼굴은 그다지 안녕해 보이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남들만큼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일뿐인 것 같습니다.

예술과 정치에 대해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우선 주어진 대로, 써 나가겠습니다.


이영재

▲1986년 충북 음성 출생

▲서울예술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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