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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부? 팜므파탈? 자기자신에게 솔직하고 본성에 솔직하고 욕망에 솔직했던 그냥 여자..... |
| 번호 : |
10 |
작성자 : |
reatrue |
2005-05-02 |
조회 : |
9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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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포르노그라피'로 유명한 김별아님이 쓴 소설이라 먼제 눈에 들어오더군요.
신라 김대문의 ‘화랑세기’가 기록한 미실의 사건을 더듬어내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재생한 작가의 상상력이 대단~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저는 신라시대의 성적 개방성에 대해 놀랐고,
그것들이 작가의 상상력에서 우러나온 것인지, 아니면 정말 현실인지 의아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그 많은 남자들이 그토록 헌신적으로 사랑했던 미실의 매력이
무엇일까 부러움 섞인 질투마저 들었습니다. ^^
열 네 살에 황후의 아들 세종과 혼인한 이래 진흥 진지 진평 3대의 왕과 왕자들, 화랑 사다함을 비롯한 숱한 호걸 영웅들을 미색으로 녹였고 왕실권력을 품었던 파란만장한 삶의 주인공 미실!
요즘 '해신'을 보면서 그 옛날의 신라가 손을 뻗치면 닿을듯이 가깝게 느껴지는데, 이 신비로운 여인 미실 또한 바로 내 옆에서 숨을 쉬고 호흡하듯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미실이라는 여인을 통해 욕망에 솔직하고 싶어 하는 현대 여성의 정체성을 다룬 소설이라는 말이 맞을 듯 합니다.
성윤리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미실은 어쩌면 요부? 팜므파탈? 이런 악명을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성과 욕망,어머니이자 요부, 그리고 권력에 대한 지향도 함께 갖춘 그녀의 캐릭터는 마음을 끄는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미모와 지적 매력, 당돌함마저 갗춰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슈퍼우먼같이 모든것을 다 갖춘 여인이라는 캐릭터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운명을 개척해내는 당당성을 갖춘 여인이기 때문에
그녀는 우리 시대에 다시 살아나고 우리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만약 미실이 신라 황실의 권력부에 있던 여인이 아니었다면,
만약 사다함의 아내가 되어 평범한 여염집의 한 여인이 되었다면,
그녀의 일생은 어찌 되었을까 엉뚱한 상상도 해봅니다.
그러나 저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미실은
지금 상황이라면 군고구마 장사를 해서라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여인,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눈물 쑥 닦고 하하~ 웃는 캔디같은 여인의 이미지로 떠오르네요...
이제 나약하고 여리기만 해서 남성의 품안에 보호받아야 하는 여인의 이미지는 우리 시대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못합니다.
너무도 당당하고 꿋꿋해서 어쩌면 기가 센 듯 해보이는 그녀지만,
읽는 내내 마음이 통쾌하고 시원스런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녀안에
나의 무의식적 욕망이 또한 깃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명에 발목 잡혀 비운의 길을 걷는 여인이 아니라 자기 운명을 당차게 개척해 간 여인,
욕망과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요부로 전락하지 않은 자유를 맛본 여인,
생생한 활기에 넘치는 미실,
타고난 미색과 지략도 뛰어나게 갖춘 복도 참 많았던 여인,
자의식에 충실한 주체성 강한 미실이라는 여인을 통해.....
이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의 마음속에 또한 분출되고 싶어하는
무언가가, 미실이라는 여인을 통해서 느껴지고 대리만족되기 때문에
이 책이 넓은호응을 얻으며 호평을 받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신라 즉 고대사를 다루었으면서도 어쩌면 가장 현대성을 갖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실의 일대기를 통해 모계혈통의 사회, 어머니의 법칙이 지배하는 사회, 나약한 여성이 아니라 꿋꿋하고 당당한 의지의 여성의 사회인 고대신라의 단면을 엿보게 되는 것이 흥미진진했습니다.
또한 작가의 문체가 섬세하고 부드러워서 술술 읽혀지는 재미에 책을 한번 잡으니 하루를 꼬박 새워가며 읽게 되더군요... ^^
마치 저 고대 왕실 신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들었습나다...
저는 미실이 요부나 팜므파탈이라는 말을 듣는 것에 반대합니다.
그녀는 요녀도 성녀도 아닌, 자기자신에게 솔직하고 본성에 솔직하고 권력에 대한 욕망에 솔직했던 그냥 여자였습니다.
역사속에 등장했던 많은 남자들... 남자들...
그러나 이 미실이라는 한 당찬 여인을 통해서 그려낸 솔직한 한 여인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세계문학상수상작으로 1억원이라는 희대의 고료를 받으신 김별아님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만나뵙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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