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인간 그 자체의 초월적인 삶을 갈구 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성은 제도적인 방법에 의한 제어적인 장치에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옥진의 집안은 왕이나 왕족을 색(色事)으로 섬기는 색공지신(色供之臣)이다. 어느 날 일곱 빛깔 깃털과 붉은 색 부리를 한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가슴에 품는 꿈을 꾼다. 신라 23대 왕 법흥제에게 합함을 권하나 그녀의 남편과 합할 것을 명받아 딸 묘도를 낳는다. 묘도는 황제의 빈으로 받쳐지나 음양의 부조화란 이유로 사랑받지 못하고 다시 삼엽공주의 아들 미진부와 혼인하여 낳은 딸이 미실이다. 아름다운 사랑의 결실로 태어난 미실은 외조모 옥진의 손에서 자라 상징처럼 일곱 빛깔의 숙명적인 사랑을 했다. 세종(지소 태후와 이사부의 아들)에서 진흥제(법흥제와 지소태후의 아들), 사다함(화랑으로 구리지와 금진의 아들 화랑), 설원랑(설성과 금진의 아들), 동륜(진흥제의 태자), 금륜(제 25대 진지제). 진평제 (제 26대,동륜과 만호(지소와 이화랑의 딸)의 아들)에 이르기 까지 그녀는 왕과 그 일족에게 색공 했던 혈통(오도→옥진→묘도→미실)인 대원신통(大元神統)으로 지상의 신을 몸으로 모셔 왕위를 보존하는 의무와 임무에 충실했다. 그녀가 낳은 자식들의 촌수는 그리 중요치 않은 사항일 것이다. 신라시대의 복잡 다양한 성문화는 진골과 성골로 나눠지는 계급의 신분제도에서 결국에는 기름진 밭에서 좋은 열매를 거두는 성과를 염원하는 바탕이 아닐까 싶다. 미실은 여성의 모체본능은 우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라는 것을 역설한다. 왕후도 수도자도 창부도 아니었던 그녀는 왕의 곁에서 모든 정사를 참견하는 황후궁의 전주(殿主)로 발탁되어 냉철한 권력가가 되고, 원화제도를 부활하여 화랑의 무리를 이끄는 원화자리에 올라 재색을 마음껏 펼치기도 한다. 자신의 색공임무를 다하여 왕의 여스승이 되고 신국의 도를 펼쳐 살아있는 여신이라는 공경을 받기도 했던 그녀는 스스로 무욕의 삶을 찾아 왕성을 떠나고 편안한 죽음을 만난다. 시공을 초월한 미실의 존재는 전통과 미래 결정인 현재의 문명인 것인가. 그녀는 성의 구분을 떠나 인간으로서 진정한 삶의 방향을 끊임없이 펼쳐나간 것이다. 이 시대 한 사람인 나는 한 집안의 딸로 태어나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또 한집안의 며느리가 되었고 아이들의 어미가 되어 일가를 이루었다. 내 자아의 삶은 여건과 용기의 합체를 보지 못해 늘 허둥대는 형상이다. 어느 한 때는 여건은 되었지만 용기가 없어 실행하지 못했고 지금의 나는 용기는 분기탱천해 있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다는 넋두리에 취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