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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
17 |
작성자 : |
cjwook |
2005-05-08 |
조회 : |
9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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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해신같이 익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속 인물들을 제조명한 책들은 많이 보았지만 신라시대의 여인인 미실 이라는 다소 낫선 인물을 다룬다는 점에서 더욱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한 여인네가 성을 무기로 당대의 남성들을 유린해서 큰 권력을 잡는다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닐까 하는 선입견도 있었지만 1억원 이라는 내가 알기로는 문학상 고료액수중 가장 큰 액수를 줄 정도의 작품이라면 뭔가 다를 것이라는 느낌도 주었다.
단순히 이런 소설은 여성 독자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지만 일단 이 책을 집어들고 읽어보니 상당히 흥미로웠다. 특히 다소 생소한 김별아 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도 큰수확이라고 할 수 잇을 것 같다. 이 책이 미실은 단순한 '그저 그런 팜므파탈 이야기'를 하거나 '역시 여자는 예쁘고 볼 일'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는 그저그런 서설들과는 차별화를 두고 있다. 물론 전혀 위 예상과는 다르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 책 전체에서 큰 비중이 될 수 없다.
이 소설은 여인천하나 장희빈 처럼 색으로 왕의 마음을 얻고 권력을 얻는 한 여인을 삶을 다루고 있다. 왕이나 높은 권력의 사내를 색으로 섬기고 권력을 장악하고 음모를 꾸미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짐작이 가는 뻔한 스토리 전개라고 생각하고 이 책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그런 책이라면 문학상 수장작에 이 책이 선택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소설속에서 다소 낫선 시대인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이 책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왕을 색으로 섬겨 황후나 후궁을 배출했던 모계 혈통 중 하나인 대원신통의 여인으로 태어이 책 속의 주인공 여인인 미실은 그녀의 외할머니로부터 특별한 교육을 받게된다. 미실은 그 특별한 교육을 통해서 진흥제, 진지제, 진평제, 사다함 등 당대이 와과 호걸들을 색으로서 유혹하고 그들의 마음과 육체를 지배한다. 인생이 종반에 이르기까지 미실의 욕망은 계속 이어진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을 드라마로 통해서 접하면서 그 시대에는 성에 대해서 다소 문란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신라시대 미실이 있던 1,500년 전의 시대에서는 단순히 윤리적인 성문란보다는 여성의 성적 주체성이 그만큼 높았다 라는 것으로 해석을 하고 싶었다. 그러한 색의 유혹속에서 미실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사람을 움직이고, 조직을 움직이고, 권력의 상위에 위차하며 나라까지도 움직이는 거대한 힘의 여인이 된다. 그 모든 것은 미실이 주도한 것이었기에 그의 매력은 이 소설에서 한창 돋보인다. 그녀의 가장 큰 무기인 아름다움이라는 무기는 무든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남자와 몸을 섞는 일을 꺼리지 않는 여자에게 오늘날 붙여지는 '천박하다'거나 '경박스럽다'거나 '걸레같다'는 표현은 이 소설속의 미실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자신의 신분과 욕망을 일찌감치 머릿속에 넣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았으며, 그 욕망을 채우는 방법도 알았다. 그렇다고 상대방을 악하게, 고통스럽게 대하지도 않았으며 상대의 욕망이 마음 언저리를 정확히 파고들어서 읽고 그 마음을 채워준 여인이었다. 미실은 외적인 아름다움만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았다. 오직 외모만으로 그녀가 세상을 지배했다면 이 책은 너무 평범햇을 것이다. '마음이 열려야 몸도 열리는 법'이라는 미실의 표현은, 과거의 다른 역사 속에서의 야심의 욕망에 불타는 여성 인물들과도 차별화를 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생생하게 살아숨시는 인물 미실... 그 인물을 소설속에 잘 녹아낸 작가 ...예사롭지 않은 긍적적 조화로 소설은 깊이있는 무게감을 던져준다. 남자들이 요구하는 요부의 모습과 그 반대의 성스러운 성녀의 모습 두 가지를 이 소설속의 미실이라는여인은 가지고 있다. 독하거나 나쁜 여자라는 생각보다는 참으로 대견하고 멋진 여성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 물론 지금 시대상이라면 지탄받아야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책의 막바지를 읽고 난 후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은 미실 그녀의 외형적인 아름다움 이라는 가장 큰 무기가 있었기에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 그 모든것이 가능했던 것이었고,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는 배경이나 환경이 또 있었기에 천하를 얻을 만큼 대단한 여인이 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는 오직 외모 때문에 그녀가 그렇게 신라 왕실의 권력을 잡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남성이 쓴 글같은 느낌도 받았다. 남성작가라면 성애묘사 등이 보다 더 노골적이고, 주인공 미실을 좀 더 밝히는 그런 상업적인 느낌을 풍기는 작품이었겠지만 그런 느낌은 크게 들지 않는다. 남성 작가가 쓴 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이유는 문체의 표현력과 문장력이 그렇다. 성적인 표현의 수위도 딱히 인상을 찌그리고 봐야 할 선을 넘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 자신의 어느정도 선을 그엇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성작가가 쓰던 남성작가가 쓰던 뭐가 틀리겠냐고 할 수 있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다. 이 책은 여성작가가 쓴 여성인물을 그린 소설임에도 남성작가의 그런 느낌의 문장으로 다가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책 읽는 즐거움이다. 미실이라는 역사적 주인공 속에서 작가는 어느 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상당히 객관성을 띄며 균형잡인 시각으로 미실이라는 여성을 속박당하거나 천하거나 비관적으로 그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여타 유사한 소설들과는 맥을 달리한다.
아마도 저자는 소설과 역사속의 실화 속을 어떻게 조화시켜야 하느냐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많은 자료를 보고 공부를 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그런 노력이 있었으니 음탕하거나 저질스러운 성애소설의 느낌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성에 대해서 다소 보수적인 분들은 여전히 이 책도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그 이전의 다른 작품들과는 다른 수준에 있다고 본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으로 김별아 라는 작가를 만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혹은 시시하게 스처 지나갔던, 대부분의 조선시대가 배경인 것들과는 또 다른 역사 속 인물들을 발굴해서 소설속에 저연스럽고 새롭고 진지하게 녹아내어 현실과 반추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을 다시 한 번 기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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