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역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던 나는 주위의 권유로 미실을 읽게 됐다. 특히 신라시대에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던 나로서는 신라중흥을 열었던 지증왕과 법흥왕, 진흥왕 등 3대에 걸쳐 요즘말로 하면 섹스스캔들을 벌었던 주인공 미실이 등장하는 소설(역사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음)을 읽는 데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읽는 도중에 몇 가지 의문점을 들면서 몇 번이나 책을 내팽개치기도 했다.
그 의문점은 먼저 세계일보가 1억 원의 고료를 내놓고 공모한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의 줄거리가 내가 평소 기대했던 것과 거리가 멀었던 탓인지 한갓 통속소설의 내용과 흡사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뽑았다는 불만 때문이었다. 적어도 1억 원을 주었으면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살아야 한다는 삶의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반면교사를 삼을 수 있는 그럴듯한 책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미실은 분명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둘째, 과연 신라시대의 성 풍속이 과연 오늘날과 유사했느냐는 의문이다. 이 책에서는 총각(연하남)과 과부가 결혼하고 근친상간과 혼외정사 등이 비일비재로 등장하며 동성애도 묘사되고 있는 등 오늘날과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성이 개방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셋째, 미실 책머리에 나와 있는 ‘등장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 관계 참고표’에 보면 진골정통과 색공인 대원신통의 역할에 대해서 자세히 그려져 있다. 과연 작가가 주장한 것처럼 이들의 관계가 사실이었던가에 대한 의문이다. 나는 아무리 역사가 ‘해석학’이라고 하지만 역사소설은 나름대로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묘사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따라서 주인공 미실의 행위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묘사됐는지 아니면 작가가 상상하여 써 내려갔는지에 대해 경계가 불분명하다보니 분명 소설을 읽으면서도 역사적 사실을 반추하게 됐다.
내가 독후감을 쓰기로 결심했던 것은 주인공 미실이 얻고자했던 사랑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나름대로 얻었기 때문이다. 미실은 숱한 남성과 염문을 뿌리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그녀의 사랑이 추하거나 더럽다고 여겨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의 뛰어난 필력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사랑은 단순히 남 녀간의 육체적 사랑을 넘어 정신적 사랑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녀는 자유스럽고 자유분방하며 거리낌이 없이 행동했기 때문에 그녀의 사랑은 도덕이나 종교 또는 사회제도로부터 막힘도 없었고 걸림도 없고 거리낌도 없었다. 그렇다면 미실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혹시 미실이 꿈을 꾸었던 사랑은 불교에서 말하는 聖과 俗을 초월한 피안(유토피아)세계의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주인공 미실은 과연 사랑을 통하여 해탈을 한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