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나 신문에서 대학생들이나 노조들의 시위현장에 관한 기사를 접할때마다 그들이 어떤 이유로 그런 시위를 하는지보다 항상 시위현장을 방패로 막고있는 전경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시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뚜렷한 목적의식하에 시위를 하고있겠지만 군복무기간중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자신의 의견과 상관없이 그들을 막고 서서 시위참가자들이 던지는 쇠파이프를 몸으로 막아내고 있는 전경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제가 언론을 통해서 접했던 시위현장들은 항상 시위목적보다 공격받고있는 전경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시위참가자들은 과격하게 행동하고 있었고 전경들은 넘어지고 다쳐서 피흘리고 있는 모습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시내를 지나가다 시위현장을 목격한적이 한번 있었습니다. 신문속의 사진에서 본 모습과는 달리 시위참가자들에의해 고통받고 있는 전경들보다 전경들의 방패에 맞아 찢어지고 피흘리고..죽을죄를 진 사람인듯 맞다가 구급차에 실려가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에서 많이 목격되었습니다. 그제서야 저들이 무엇을 그토록 격하고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다음날 뉴스에는 역시 시위참가자들의 격한 모습들만을 보여주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아~똑같은 사건을 보여줄 때에도 어떤 시각에서 어떤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해주는가에 따라서 이렇게 전달받는 사람의 생각이 달라질수 있구나..그동안 코끼리의 두툼한 다리만을 만지며 코끼리는 두툼한 큰 막대기처럼 생겼다고 생각해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듯 우리는 언론이나 책에서 주는 내용들이 그 사건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믿고 살아갑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라의 역사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미실 이책은 저에게 가뭄의 단비같이 반가운 느낌이였습니다. 전 역사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중학교때부터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책에서부터 신라를 비롯한 모든 역사는 남자들로 시작해서 남자들로 끝나는 내용입니다. 신라의 화랑도..화랑도..노트에 여러번 적고 외우던 그 화랑도에 관한 교과서 내용중에는 어느곳에도 미실과 같이 원화가 되어 화랑들을 호령한 여인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저에게 남성적이고 유교적 잣대에 맞춰서 쓰여진 역사책들은 항상 그 내용과 이면보다는 단지 시험을 보기위한 하나의 암기과목에 불과했습니다.
엄마를 따라서 할인마트에 갔다가 엄마가 장을 보시는 동안 기다리면서 서점에 앉아서 전시된 이 책을 처음 읽기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뛰어난 미모와 색으로 왕을 섬겨 천하를 얻은 여인이라는 책설명에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가장먼저 눈길이 갔었는데 김별아 작가님의 우아하고 예스러운 문체와 거침없는 묘사에 반해 이책을 구입해와서 한자리에서 마지막페이지를 보고 일어났습니다.
전 미실이 뛰어난 외모화 색으로 신라를 지배했다는 표현보다 그녀의 뛰어난 영특함으로 신라를 지배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다함을 위로하는 출정가에서만 보아도 그녀의 뛰어난 문장력을 볼수있었고 권력을 얻어야 겠다고 생각한후 그녀의 계획성있는 행동을 통해서도 알수있었습니다. 그녀의 영특함이 아니였다면 다른 평범한 대원신통의 여인들처럼 왕을 색으로 섬기며 살아가다 생을 마감했을겁니다.
사회가 남녀평등을 외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에서는 곳곳에서 여성차별을 쉽게 접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사회를 훨씬 많이 접하시고 남녀차별을 많이 보면서 지내오신 저희 아빠의 소원은 어느날부터 제가 남녀차별이 없는 공무원이 되는 것이 되었습니다. 미실 이 책은 아직은 남성중심적인 이 사회에서 저같은 여성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였습니다. 또 여성의 몸으로 나라를 좌지우지한 여걸 미실처럼 나 자신의 노력으로 여성차별이 존재하는 이 나라에서도 막강한 위치에서 세상을 지배하면서 살아갈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