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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
29 |
작성자 : |
푸른 숲 |
2005-05-30 |
조회 : |
9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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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 우리는 지금 밟고 있는 이 땅의 과거로 떠나고 있습니다. 1500년 전 고구려, 백제, 신라가 존재 했던 격동의 세 나라의 시대로 말입니다.
가야를 품에 안고, 호시 탐탐 그 나라를 자신의 영토로 만들고 싶어 했던 신라. 결국은 그 꿈을 이룸은 물론 삼국이 피의 전쟁을 마다하지 않고 가지고 싶어 했던 한반도의 심장부 한강지역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이땅을 대 통일제국으로 만들었던 그 나라에는 부강한 힘만큼이나 강한 사랑과 권세를 휘두르던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움으로 동지를 만들었고 또 적을 만들었던 천하의 미색은 바로 ‘미실’!
뼈밖에 남지 않은 마른 몸, 눈은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누구나 쌍꺼풀을 가지고 있으며 미니스커트에 요란한 여대생들. 언제부터 우리가 서양인의 체형을 타고 났는지 생각하게 할 정도로 안쓰럽게 가꾼 인위적인 우리 사회의 미인들의 모습입니다. 경제는 나날이 어려워지는데 다이어트 사업은 날로 번창을 하고 성형외과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니 현대사회의 미에 대한 집착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한 여성을 시대를 거슬러 우리는 만날 수 있었습니다. 화려했지만 그 아름다움이 도를 알았고, 천박하지 않았으며, 나이가 들수록 인품과 지성이 외면의 아름다움에 더해져 점점 그 아름다움의 깊이가 깊어져 가는 여자. 비록 세월의 흔적은 주름으로, 늘어지는 살들로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그 또한 자연의 순리라며 따르는 여인. 바로 그녀가 미실이었습니다.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대학생들조차 내면과 외면의 어울림의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미실은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게도 나이가 들어 없어질 자신의 껍데기를 걱정하고 그 것을 지로서 인품으로서 채우려 했다는 것을 상기 시켜 본다면 우리는 지금 과열된 미의 경쟁 시대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은 아닐까요?
실로 이 신라의 여인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우친 미인입니다.
그녀는 그 아름다움으로 소중한 것을 얻었고, 또 잃기도 했습니다. 그녀를 향한 세종의 마음은 우리에게 한 평생에 걸친 바보 같지만 정성어리고 진실 된 사랑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세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미실 소유의 나무 같았고, 사다함과의 못 다 이룬 사랑은 어린 시절 타고난 그녀의 기구한 운명을 일깨워 줍니다. 그 운명을 사랑해 자신의 생명보다 그녀의 생을 더 소중히 여긴 설원랑의 마음이 제 가슴 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킵니다. 많은 남성들에게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던 미실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단순한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랑이었고, 그 것을 증명하는 듯이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몸이 열릴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녀였습니다. 얼마 전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한 대중가수의 노래 중 10분이면 버젓이 애인이 있는 남자를 자신에게 빠지게 만들 수 있다는 'One Night Stand'의 분위기를 풍기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서로 모르는 남녀가 하룻밤의 즐거움을 위해 언젠가부터 자신의 성정체성의 끈을 놓아 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실로 과거의 경국지색은 진실로 사랑하는 법과 사랑받는 법 모두를 아는 현명한 여자였습니다.
한 세기를 풍자했던 그녀. 우리 사회의 현 주소를 적절히 꼬집고 있지 않은가요?
환영합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고, 남녀 사이에 진실된 사랑은 조심스레 사라져가고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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