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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
3 |
작성자 : |
rainbow |
2005-04-19 |
조회 : |
8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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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미실을 접한 것은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김별아 라는 "미실"을 쓴 작가와 모 신문 기자와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글을 읽으면서, 전해져 오는 묘한 뉘앙스가 작품에 관해 강한 호기심을
일게 하였다. 무엇보다 몰랐던 우리의 역사 속에 미실 이라는 인물이
존재했었다는 사실과, 거슬러 올라가 엄청난 역사의 두께를 파헤쳐,
자칫 천박한 기녀로 전락 할 수밖에 없는 그녀를, 과감하고 수려한 문체로써
우뚝 성녀 화시킬 수 있음은, 오직 작가만의 능력으로 이루어 낸 쾌거라
아니 할 수 없다. 특히 수치스런 억압으로 쉬쉬하며 살아온 우리네
여인들의 비밀스런 성에 대한 묘사는, 상투적인 저속함을 벗어나
깊이 있는 고전어를 접목 시켜, 읽는 이로 하여금 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 준다. 그러므로 모체가 모든 인간들의 고향이자 산실임을
일 깨우며, 은근한 페미니즘의 향기를 봄꽃처럼 흩날린다.
작가 특유의 신선하면서도 물 오른 듯 한 감각적인 문체는,
아름답다 못해 사뭇 눈부시다.
더구나 놀라운 일은 역사 속에 등장하는 많은 미인들이, 종내에는 비극으로
치닫는 이례적인 결말을 벗어나, 진골정통(眞骨正統) 이라는 시대가 요구하는
전통적인 세습을 거치면서, 독자들에게 안겨 줄 진부함을 박차고
미실 이라는 여인으로 거듭나는 거룩함을 가져다 주는데 있다.
사랑이 메마른 요즈음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더럽혀지는 세상의 온갖 부도덕한
사건을 비추어 볼 때, 그녀를 거쳐간 여러 남성들의 무지스러울 만큼
헌신적인 사랑은 가히 충격적이다.
도대체 가녀린 그녀의 무엇이 이토록 뭇 남성들을, 한결같은 사랑의 노예로
무릎 꿇게 하였는지, 태평 성대에 무릇 여인 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그 시대의 넉넉함이, 척박한 시대를 가고 있는 지금 한 사람으로써,
잠시나마 달콤한 위안을 선물 해 준 작가에게 고마움을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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