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은 부담되는 일이다. 한 장의 편지를 쓰는 것도 한 편의 감상문을 쓰는 것도.. 쓰다가 쓴 부분을 읽어 보면 자신의 생각이 자신의 느낌이 글에 묻어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이 나타나지 않음에 답답함과 한심스러움과 안타까움으로 인하여 글쓰기는 더욱 어렵게 된다.
미실의 독후감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읽은 지도 한달이 지나고 독후감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지도 3주가 지났지만 단 한글자도 쓰기가 어려웠다. 나의 느낌, 생각이 글에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 두려워서..
처음 미실을 읽은 것은 요즘 책을 안본지가 오래 되었다는 생각에 집에 있는 도서상품권 몇장을 들고 서점을 찾아갔다. 한 두시간을 서성였지만 마땅한 책을 고르지 못하던 나는 무슨 책이던지 사서 집에 가고자 마음 먹었기에 책의 표지를 보고 ‘미실’을 고르고 말았다. 분흥빛 붉은 색의 표지와 미실이라는 책의 이름은 어쩐지 모르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원하는 나의 마음과 같아 보였고 그렇게 책을 고르게 되었다. 막상 책을 사고 나자 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책을 샀다는 안도감에 집에 놓아두고 한달동안 보지 않았던 책을 토요일 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첫 장을 넘기고 말았다.
책은 어려웠다. 요 근처에 많은 책을 본 것은 아니지만 몇몇 책을 읽은 것 중에 가장 어려운 책이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책이 두꺼워서 어렵다는 것도 아니고 내용이 어려워서 어렵다는 것도 아니다. 마음을 힘들게 하기에 어렵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마음이 힘들었다라고 밖에는 책을 읽고 나서 이야기 할 것이 없었다. ‘칼의 노래’를 읽고 이순신의 고뇌와 전쟁의 참혹함을 알았을 때는 마음이 시리고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전쟁이라는 위험이 얼마나 무서운가에 대해서 알았지만 미실은 그런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사랑이라는 위대한 이름과 사랑이라는 무서운 이름과 여성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다시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머리가 한동안 혼란스러웠다. 마치 누군가를 짝사랑하다가 그 사람이 다른 누군가와 사귀게 되었을 때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놓고 한참을 생각했던 때처럼 혼란스러웠다. 미실 자신이 사랑한다고 이야기한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는가에 안타까웠고 미실 자신이 그렇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무서웠으며 미실이 상처 준 남자가 내 자신같이 느껴져서 미실이 싫었다.
지금은 미실을 이해 할 수 없다. 내가 여자를 모르기에 그리고 내가 아는 세상이 너무 좁아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는 미실이 걸어갔던 삶이 그리고 그녀가 사람을 사랑했던 방식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이해 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