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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
5 |
작성자 : |
eunsinkim |
2005-04-22 |
조회 : |
9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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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광고의 화려한 문구를 보고 마음이 끌려 ‘미실’을 읽게 되었다. 새벽녘까지 다 읽어 버렸고, 그 날은 잔잔한 감동으로 잠을 설쳤다.
우선, 세 가지 내용이 나를 놀라게 했다.
첫째, 첫 장을 넘기면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혈연, 혼인 관계 참고표이다. 보통의 장편 소설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등장인물 소개를 간단히 적는데, ‘미실’은 왕실가계도를 그려 넣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앞으로의 내용이 대단하리라는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한다.
둘째, 그 왕실가계도를 채운 사람들의 시대적 배경과 역할 등 그 방대한 자료와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 글로 쓴 작가의 역량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셋째, 가장 중요하고 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내 나름대로 생각하는 내용으로, 한 여자가 왕족의 삼대(三代)에 걸쳐 자손을 낳아 주었다는 것이다. 그것뿐만 아니라, 이모의 손자와 증손자까지 출산을 하고, 이모할머니의 손자까지 낳았다는 것이다.
현대의 가치관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용납도 되지 않은 불가능한 내용이라서 솔직히 처음에는 마음이 불편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미실이 성장해감에 따라 깊어지는 미실의 매력에 결국 푹 빠져 버리고 말았다.
내 어린 시절 책을 읽을 때는 모든 내용이 지도처럼 연결되어 펼쳐져서 한 장면으로 머리 속에 그려졌지만, 이제는 자꾸 사라지고 잊어버려서 다 읽을 때까지 앞 장을 들락거려야만 한다. 이번에도 영락없이 그 복잡한 왕실가계도를 외우지 못 해 앞 장을 들락거렸더니 마치 학생들이 공부를 많이 한 부분만 책의 옆면이 까맣듯이 나의 ‘미실’도 왕실가계도 부분이 벌어지고 때가 묻었다. 후훗. 나이는 못 속인다.
‘미실’을 쉽게 한 마디로 재미있다고 나는 도저히 말해 버릴 수가 없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 많은 분량의 자료와 내용을 소화, 작품으로 만든 작가에 대한 모독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작가에 대한 예의인지는 몰라도 읽다가 가슴이 울렁이면서 다시 생각나는 부분은 되돌려서 한 번 더 읽고 지나갔다. 마치 카세트테이프를 되돌려 듣듯이.....
읽는 내내 애처로운 마음과 안쓰러운 마음, 불안한 마음이 떠나질 않았다. ‘미실에게 정열과 순정을 다 바친 아름다운 남자들을 만나는 일도 행복했다.’라는 작가의 말이 계속 생각이 나면서 나 또한 그랬다. 읽는 우리는 행복했지만, 그 아름다운 남자들을 수도 없이 만난 당사자 미실은 어느 한 곳에 안주하며 편히 살지는 못했다. 과연 행복했을까하는 생각에 그런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지략과 색을 겸비한 미실은 자기에게 주어지는 어떠한 임무도 완벽하게 이루어내는 보드랍고 예쁘면서도 강철 같은 여자였고, 날개를 감춘 천사이며 악녀였다. 또한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포근한 어머니요, 편안한 고향이었다. 내가 남자라도 결코 놓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바른 면만 고집하며 세상을 좁게 살아온 나에게 왕조사의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주고, 인생을 좀 더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작가와 세계일보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오늘도 누군가에게 ‘미실’의 아름다움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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