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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나에 '몰입' 하는 자유롭고 독약같은 너의 사랑아! |
| 번호 : |
51 |
작성자 : |
신록예찬 |
2005-05-31 |
조회 : |
26661 |
첨부파일 :
미실.d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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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하루 종일 걸어 다녀 봐도 단 한 순간이나마 '광고' 와 ‘마케팅’의 유혹에 노출되지 않은 당신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꾀어서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시키기 위한 악의 있는 일'
우리는 국어사전에서 '유혹' 이라는 다소 매력적인 단어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바로 저와 같은 실체로 눈 앞에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미실' 이라는 여인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생존 전략을 '색' 에서 찾았다고 한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 전략이란 어쩌면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마케팅'과 '광고' 라는 차원으로 요약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 PR시대에 저와 같은 '유혹'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광고'와 '마케팅' 산업을 두고 여전히 21세기에도 '유혹'을 '악의 있는 일' 이라고 매듭지을 수 있을까? 그와 같은 차원에서 이해 할때, 과연 이 여인 앞에 나서서 '돌' 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인가?
'얼음 위에 댓잎 자리 보아 얼어죽을 망정, 정 나눈 님과의 오늘 밤 더디 새우라.'
손에서 책을 뗀지 거의 한달 이나 지났으나, 여지 껏 그녀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위의 고려가요 '만전춘별사' 에 나오는 여성화자의 목소리와 겹쳐 울림으로 남아있다. 과연 그녀의 남성 편력은 매우 정력적이고 열정적인 것, 그 이상이었다. 우리가 흔히 우스갯소리로, 쉽게 새로운 상대를 만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들은 많은 사람을 사랑하되, 만나는 그 순간만은 최선을 다하고 절대 양다리는 걸치지 않기 때문에 '바람둥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이야길 한다.
내가 보는 결론은 하나다. '사랑' 도 '기술' 인 것!
난 평론가들이 말하는 소위 '팜프파탈' 이니 '페미니즘' 이니 하는 말 보다 다만, 내 앞에서 재생된 그녀의 형상이란 '자유로움', '사랑에 있어서의 솔직함' 그 자체였다. 적어도 내가 보는 그녀의 권력은 그녀의 감성대로 따라간 하나의 부산물 이었을 뿐!
시대의 바람둥이로 알려져 있는 '카사노바' 는 실로 자신이 손에 넣고자 하는 여성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는가? 그가 선택한 여성들은 각기 개성도, 생활 환경, 가치관도 모두 달랐으나 공통적으로 일상 생활에서 '채울 수 없는 빈 그 무엇'을 적절히 찾아 제공하는 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가 보는 '미실' 도 아마 그러했으리라..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색' 이였다고는 하나, 말하건대 그녀는, 권력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는 왕들 조차 결핍되어 있었을 그 무엇을 채워주었을 게다. 오롯이 얼굴을 내민 그 쾌락의 경계를 넘어, 결핍된 무엇을 채워주는 하나의 퍼포먼스가 치마자락 아래에 나지막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누구나 '사랑' 은 감정이며 어느 날 벼락처럼 찾아 드는 알싸한 느낌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 하겠지만,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사랑은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의지이고 노력이라고 했던가!! 그녀가 사는 법 - '미실' 은 바로 이러한 철학적 사상을 가장 철저하고 완벽하게 구현한 여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장 자유롭고, 구속 받지 않는, 순간에 '몰입' 하고 자신이 채워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났을 때 정형화 되지 않은 '그녀다움' 을 오롯이 뿜어낼 수 있는 능력을 떠 안고 사는 여자. 결단코 너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어머니의 자궁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분리를 경험한다. 어쩔 수 없는 지독한 분리는 인간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태고의 외로움을 동반하고 그 고독감으로부터 헤어나오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사랑' 이라고 하는 맹독성 강한 물질을 거침없이 뿜는다. 그러나 결코 '미실' 너를 천박하다 할 수 없음은 저 깊은 심연에 '나르시즘' 과 같은 깊은 자기애가 깔려 있기 때문일 듯...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도 사랑 할 줄 알기에, 아무도 너에게 돌을 던질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여자로서 가장 아름답지 않은 순간에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자신을 바쳐 스러져간 남정네를 곁에 두고도 그녀에게 부러움을 느끼지 못 할 이 누가 있을까? 그렇다면 결국 그녀의 '사랑' 을 쉽게 쉽게, 아무나 흉내 낼 수 있는 싸구려 감정 놀음 따위라고 치부할 수 없으리라.
인간은 소외되고, 경제적 가치를 최고로 여기는 자본주의 세상에서 모든 것은 경쟁의 대상이 된다. 냉철한 이성으로 '사랑' 이라는 감정까지 재고 재는 '고급 백화점의 상품' 같은 현대인의 사랑에 '미실' 은 토악질 한다.
그러나 다만,
『南山에 자리보아 玉山을 벼여 누어
錦繡山 니블안해 麝香각시 아나 누어
南山에 자리보아 玉山을 벼여 누어
錦繡山 니블안해 麝香각시 아나 누어
아소 님하 원대평생(遠代平生)에 여힐 살 모라압새.
(마소서 임이시여, 평생토록 헤어지지 말고 지내십시다.)』
「고려 가요 만전춘별사 中」
라는 간절한 고백을 저승에서나마 평생을 두고 사랑 할 수 밖에 없으나, 사랑할 수 없었던 유일의 연인 '사다함' 과 나눌 있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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