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생식을 한다. 어쩌면 그것은 본능이기보다 존재함 그 자체의 근원이나 원초적 에너지일지도 모른다. 인간이란 존재는 성교를 통해서 생식의 본능에 집착하기보다는 삶의 환희와 쾌락, 그리고 심지어는 사랑까지 추구하는 흥미로우면서도 슬픈 동물이다.
작가 김별아의 소설을 통해서 만나는 우리 고대의 한 풍속을 들여다보는 것은 참 놀라우면서도 흥미진진했다. 어쩌면 그때는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더 자유분방하게 그들의 타고난 자연을 즐기고 다스릴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그둘 중에 미실이 있었다. 그녀를 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혹자는 팜므파탈이요, 요부라고도 하며 더러는 자신의 끝없는 야망을 위해서 물불 가리지 않는 무정한 여인이고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무엇도 그녀의 진정한 이름이 되기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실은 생명이었고 자유였다. 그녀의 깊숙한 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마르지 않을 것만 같은, 아름다운 생명력으로 치솟는 자유는 그녀에게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다고 스스로를 가르쳤고 그녀 또한 그런 가르침에 너무나 충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 그녀도 천상 정을 품을 줄 아는 여자였기에 사다함과의 못다 이룬 사랑으로 외롭고 괴로운 삶을 살았지만 신이 내린 아름다움과 영특함으로 모든 권력을 휘어잡고 천하를 호령하기에 이른다. 뭇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조종할 줄 알았던 그녀는 행실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사람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작품 곳곳에서 작가의 언어는 무척이나 잘 연마된 연장처럼 빛을 발한다.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까지 제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며 작품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작가는 시종일관 사뭇 진지한 어투로 인물들이 벌이는 광란과 색정의 순간을 묘사한다. 그저 한순간의 욕망과 본능만이 있을 뿐 다른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왠일인지 슬픔만이 전해져 온다.
그들이 나눈 정사는 사랑의 행위이기도 했으나, 때로는 살아남기 위한 끈질긴 투쟁과 몸부림에 지나지 않기도 했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일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정에 이끌리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나, 그것만으로 인간을 설명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미실은 자기가 가진 아름다움과 본능을 사랑하였다. 다른 그 누구보다도 우선 자기 자신을 사랑했던 여인, 미실. 난 작품을 읽는 내내 그녀의 매혹에 취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