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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
7 |
작성자 : |
skin |
2005-04-24 |
조회 : |
95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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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다.
그녀의 세계는 어떠한 것인가를.
분명 우리네들의 세대와는 다르게 역사속의 신라는 분명히, 너무나도
달랐다. 그래서 그 세계가 이토록 마음에 남는지도 모르겠다.
원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한번에 쭉- 읽어나갔는데,
이렇게도 중간중간마다 숨이 턱턱막히고, 앞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소설을 처음이다.
숨이 턱턱 막혔던 까닭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고의 틀에서
미실은 너무나도 자유롭게 나의 세계와 당신의 세계의 시공을 넘나
들어 나를 어지럽게 했던 까닭이고,
앞장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는 것은 많은 다른 독자님들과 마찬
가지로 미실이 사랑한 그들의 관계들에 대한 복잡함이 더이상 머리로
셈할 수 없기 떄문이었다.
생소한 단어들이 처음에는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몇번이고 같은 구절
을 곱씹고 곱씹었지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그런 단어들의 향연이
자연스레 문장으로 글로 그리고 미실이라는 한 여인의 생애가 되어
나에게 다가 왔다.
나는 묻고 싶다.
과연 미실은 행복했을까..? 라는 자조적인 의문이다.
책에서 보면 미실은 사랑을 했었고, 자신의 매력을 통해 국가를 움직
이고, 그 기둥인 왕을 더군다나 삼대에 걸쳐 색공하고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고.. 과연 그녀의 치마가 펄렀였을 때 세상은 그녀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말이 비로서 마음에 닿았다.
하지만- 오늘에 유교적인 방식과 상식에 매여있는 나의 생각이라 할지라도- 미실의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색공의 방식으로 왕을 섬긴다는것, 그것이 집안의 숙명이고, 나의 숙명
이라면 그것은 받아들일 수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그 때문에 잃어야 한다는 거. 이것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본능에 충실해서 색에 몸을 맡기고 쾌락에 몸을 맡긴 이 여인이
마음놓고 쉴 수 있었던 곳이 과연 어디였단 말인가....
사람들이 이야기 하기를.
미실은, 팜프파탈의 전형이다. 우리가 알지못하는 세계의 새로운 여성의 상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지만,
나의 소견은 그녀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글을 읽는 내내 마음한켠이 불편했던 까닭은.
그녀가 색을 통해 자신을 완성하는 과정에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이
성숙되어가는 과정은 보지 못했기 까닭이다.
그렇기 떄문에 그녀는 나에게 상처받은 작은 아이로 보인다.
나는 얼마전에 이별을 했다.
주변상황에 휘둘려서, 그리고 내자신의 괴로움이 너무 힘들어서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실과 사다함의 이별이 너무 가슴아프게 나
를 조였다. 미실을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사랑을 바쳤지만, 미실은 사다함 이후로 진정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품지 않았다고 생각이 되었다.
사다함이 풋풋한 첫사랑의 아련하고도 잊을수 없는 이라면,
세종은 평생을 함께 바라보고 살아가는 남편같은 이,
설원랑은 마지막을 함께 하는 애인이랄까..
진평은 할머니가 아이를 가르치듯 손자같은 이..
나머지, 동륜과 진흥,금륜은 모두 색공으로 이루워진 관계로,
사랑이라기보다, 그녀가 색으로서 그들을 섬김으로서 그들과 모종의
계약관계-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들은 미실에게서 활홍의 경을 받고, 미실은 그들에게서 권력을 이양
받고.. 그래서 글의 후반부에 이들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도통 마음에 들지 않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마치 내가 미실의 측근이라도 되어 그녀의 삶을 관찰하는 것 같았다. 친구사이에는 그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서로의 파트
너에 대한 평가나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걸 보면,
나는 미실에게 어느새 친근감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미실은 독특한 여인이다.
세계에서 이런여인들을 팜프파탈이라며, 세기의 악녀로 보며
곱지않은 눈으로 그녀들의 삶을 폄하하는데,
미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삶을 보며- 그녀를 둘러싼 수많은 남자들과의 관계속에서
그녀는 누구보다도 승리를 쟁취했고, 자신의 이상을 이뤘다.
그 분야가 무엇이든, 그것이 어떠했든
자신이 가진 것에서 최고를 이끌어 내는 사람은 길이길이 칭송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최고의 사람은 최고로 인정해야 하기에-
미실은 거부감 없이 나의 마음에 스몄다.
그리고 극에서 가장 미실에게 애착이 갔던것은-
그녀가 이루고자 했던것이 색을 넘어, 그리고 생존을 넘어-
[ 화합 ]이라는 키워드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른 세기의 악녀들과 달랐던 이유는 바로 그것일 것이다.
대표적으로 서태후를 꼽아보는데 둘 다 모두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취해야 할 것들을 분명히 알았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적절히
이용하는 현명함도 가졌으며 포부가 크고 결국에 권력을 자신에게로
복종시켰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들이 달랐던 점은 서태후는 그것을 위해 수많은 피와
참상을 이끌어 냈지만, 미실은 그것들을 이루기위해 자신의 색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것으로 피를 불러 타인들까지 고통에 이르게
한것이 아니라 진정한 화합을 도모했다는데 큰 이의를 두고싶다.
다른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그녀만의 세계를 신라에 떨쳤던 그녀의
모습은 진정한 여장부의 모습이 아닐까..
하지만 정말 궁금한 것이 많다.
역사를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한때 역사학도의 꿈을 꾸며 살아왔던
내게 신라라는 나라는 미실과 함께 새롭고 그러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말 그 때의 세계는 이랬었을까-
현실에서 날이갈수록 도덕이란것이 퇴폐해져 간다는 기사와 글들이
종종 나온다. 이러한 도덕이라는 잣대는 어디에서 부터 온것인가?
우리는 신라로 통일했고,
사실상 유교라는것은 중국의 사관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진정한 정신의 뿌리를 이 세계에 내려야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오늘의 우리는 과연 어떻게 변
했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이 내 머리를 스쳤다.
만약에 신라를바탕에 둔 정신세계가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도덕의
틀을 완전히 다른정의를 내리게했다면 그때에도 미실은 존재할 수 있
었을까- 존재할 수 는 있으나 완전한 미실로서의 삶은 없을 꺼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자유로웠고 미실은 미실이기에-
나는 앞서 미실이 행복하지 않았을 꺼라 말했다.
정신적인 사랑보다 육체적인 쾌락을 선택하고, 끝없는 혼돈과 권력의 암투가 팽배한 궁에서 권력만을 위해 자신을 이용하고.
한 인간으로서 미실이 행복하지 않았을꺼라 말했지만,
그것은 나의 눈에 비친 모습일뿐-
미실은,
자신의 사랑을 자신의 방식으로 쟁취하고,
색의 세계로 부터 완벽한 자신을 재창조해 내고,
아울러 한시대를 한나라를 이끄는 권력의 숨은 수장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있어 하나를 이루기도 어려운것을 이뤄낸 그녀.
그리고 배타적인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친 나조차도,
그녀의 매력에 매료되어 그녀를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게 한 그녀는
한사람의 여자로서, 인간으로서 부럽다고밖에 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궁금하다.
미실, 당신은 진정으로 행복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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