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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호 : |
9 |
작성자 : |
minerva83 |
2005-05-02 |
조회 : |
9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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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을 읽고
-"당신은 여자여서 행복합니까?"-
<서론>
"당신은 여자여서 행복합니까?"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그렇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여성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우리의 여성들이 얼마나 평등한 대우를 받고 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가? 초등교육시절부터 남녀가 평등해야한다는 지식은 우리 머리 속에 꼭꼭 집어넣어졌지만. 현실은 그 지식들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아직도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성공한 여자가 되기 위해 남자들보다 몇 배의 피눈물을 흘리는 여성들은 아직도 너무나 많은 숫자로 존재하고 있다. 우리 선조의 여성들보다 조금 더 대우를 받기 시작했다고 여기서 안주해버리기도 하고, 이 정도 물러서주었으니 그만 떠들어라는 식의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한 권의 책 속에서 한 여인을 만났고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여성보다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매료되어 몇 일을 끙끙거렸나보다.
<작품 속 미실>
신라시대의 여성들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국사 책 속에 나열되어 있는 그 시대의 훌륭한 위인들은 하나같이 남성들이고, 당시 신라를 뒤흔들었던 여인들에 행적은 깊은 땅속으로 꺼져버린 듯하다. 그러나 나는 《미실》을 통해 놀라운 땅 속 세계에 빠져버렸다. 조선시대의 유교적 사상으로 모든 것을 참아야만 했던 여성들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는 우리가 왜 신라에 그녀들에 대해서는 이토록 무지했는지 이러한 무지를 인식조차 하지 못했는지 신기할 뿐이다.
미실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놀라움 천지였다. 우선 책 첫 장에 꼼꼼이 적혀있는 인물들의 혈연 및 '혼인관계참고표'는 나를 의아스럽게 했다. 그러나 책을 보면서 그 참고표의 고마움에 나는 박수를 쳐야만 했다. 조선시대의 이야기였다면 이런 '혼인관계참고표'가 필요했을까? 한 여자가 다양한 남성과 혼인을 하고 또 다시 재혼을 하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들고 자신의 부인을 왕에게 넘기고 자신의 아비의 여자를 사랑하고 그 복잡한 사랑관계를 내 머릿속만으로 이해했다면 나는 너무나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 그 시대의 사랑은 너무나 자유로웠다. 아니 그 시대의 여자들에 사랑은 너무나 자유스러웠다. 물론 어느 정도의 제약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 어느 곳에서도 그토록 자유로운 사랑은 보지 못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신라의 이런 새로운 면모에 나는 당혹감을 가졌고 의혹의 눈길을 풀지 못했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말이다. 그러나 미실을 알아갈수록 신라를 느낄수록 그런 의혹은 곧 사라질 수 있었다.
대원신통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아니 들어는 보았는가? 《미실》 중 오도에서 옥진으로, 옥진에서 묘도로, 묘도에서 다시 미실로 이어진 피의 숙명이라 하며 「색으로 제를 모시리라. 음으로써 도(導)하여 제의 양기가 하늘에 닿도록 하고, 귀골을 잉태하여 신국을 번성하게 하리라」고 했다. 왕과 그 일족에게 색공했던 혈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개념이 존재했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이 무지 한 나만의 문제인것인가? 이런 슬프고도 괴이한 운명이 존재했단 말인가? 왕과 혼인할 여자나 색공할 여자를 배출했던 모계혈통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 바로 미실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녀가 짊어져야 하는 운명으로 인해 자신의 사랑 사다함을 잃게된다 그런 슬픔을 통해서그녀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서 권력을 잡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자신을 옭아매었던 운명의 틀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미실은 이런 깨달음을 얻은 후 그녀의 성적매력을 이용해 권력장악에 나서게 되었고 얼마지 않아 그녀의 치마가 펄럭일 때 세상은 그녀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다.
32명의 대표화랑 풍월주에 관한 신라 역사서‘화랑세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이 미실이란 여인이란 것은 책을 읽고 나서 자료검색을 통해 알게되었다. '화랑세기'속에 미실이란 인물은 역사서에 화석처럼 박혀있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미실》을 통해 그 생명력은 다시금 활개치게 되었다. 천 오백 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아름다운 신라여인으로 되살아 난 것이다. 《미실》은 아름다운 신라여인을 너무나도 섬세하게 재현해낸 것이다. 깊은 땅속에 푹 꺼져있던 신라시대와 그 시대 속에서 숨쉬던 사람들은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듯 했다. 그들만이 공유했던 문화, 그들을 짓누르게 하기도 하고 혹은 그들을 날게도 했던 그들 나름의 자유로운 성 관념을 투명한 수정구슬을 통해 보고 있는 듯한 이 전율은 문학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단지 역사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얽히고 얽힌 관계와 사건들을 풀어내고 있는 《미실》은 독자로 하여금 정확하게 알고 있는 역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러할 것이라고 믿게 하는 개연성까지 품고 있었다. 이렇듯 《미실》은 신라와 신라여인 미실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것이다.
<작가 속 미실>
신라와 미실을 복원한 김별아는 화랑세기 속 그녀를 만난 것을 필연이라고 했다. 그녀가 감당하기 버거운 여인을 화랑세기 속에 나열된 인물 하나로 넘길 수 없었던 필연적인 이끌림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이 소설에서 미실을 통해 여자를 이야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앞서 서두에서 필자가 이야기했던 이 시대 여성들이 갖고 있지 못하고 대우받지 못하는 설움 속에서 우리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여성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미실은 그 역할을 당당히 해낸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이 책의 책장을 덮었을 때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혹자는 그녀가 한 것이 여자의 본질을 보여준 것이냐? 성을 이용해 권력을 휘두른 것이 대단한 것이냐 라고 묻는 다면 나는 비판을 제기한 당신에게 우리시대의 고정관념과 포위관념인란 족쇄에 묶여있는 이 시대의 노예라고 반박하고 싶다. 그녀는 그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그녀가 어렸을 때부터 배우고 익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색공이었고 그녀는 그 것을 통해 이룩한 것이다. 그녀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단지 색공이었을 뿐인 것이다. 그녀에게 색공은 우리의 머릿속 관념에 얽매여 있는 sex가 아닌 정화(淨化)인 것이다. 곱사등이와의 잠자리를 묘사한 부분에서 이러한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가 훈련받은 도덕에 관점에서 그녀를 이해하려고만 한다면 그녀를 알 수도 사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신라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왜 이 시대의 관점으로 그녀를 비판하고 판단하려고 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애초부터 잘못된 비판과 판단이 아닌가? 김별아는 애초부터 그런 잘못된 비판과 판단을 갖게 하는 이 시대의 고정관념과 포위관념은 집어던진 것이다. 신라시대에 살고 있고 그 시대 속에서 숨쉬고 있는 그들에 눈과 마음으로 미실에게 다가 간 것이다. 신라시대 속 미실을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 일부종사를 한 많은 신라의 남자들이 미실의 아름다움과 당당함의 고귀함을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상위 30%에 성공한 인물이 되기 힘든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여성들이 미실을 보면서 갈증을 일으켰다. 우리가 하지 못한, 할 수 없었던 그녀의 당당한 성공, 그 시대를 뒤흔들었던 그녀의 권력은 현 시대를 살고 있는 타들어가는 목마름으로 괴로워하는 우리에게 단비가 되었다. 김별아는 이 책을 선택해 책장을 넘기는 독자에게 이런 목마름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샘물로 미실을 던져준 것이다. 이 시대를 살고 있고 성공하기를 원하는 여성으로서 소설가 김별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녀지만 그녀 역시 아줌마라는 슬픈 이름에만 묶여 있지 않을 뿐 성공이란 목마름에, 진정한 여성에 대한 궁금증에 속 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비참한 현실은 평등한 기회를 완전히 제공해주지 못했고, 진정한 여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은 사회가 원하는 여성과의 괴리감으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미실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었고, 그녀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받은 미실은 자연스러운 여성의 본질에 해답을 주는 동시에 그녀에게 세계문학상이라는 작은 성공의 기쁨 또한 안겨주었다. 이런 그녀의 성공은 그녀의 기쁨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미실을 만날 수 있는 기쁨으로 번지게 된것이다.
결론-<독자 속 미실>
아직 학생으로서 사회의 냉혹하고 쓴 현실을 깊이 알지 못하는 나에게도 여성에 삶은 힘들어 보였다. 세상을 바꾸기에는 너무나 나는 왜소하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이 세상 모든 여성들에 딜레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미실》을 통해 캄캄한 이 현실 속에서 구세주 같은 작은 빛을 느꼈다. 천 오백 년 전에 미실이 해낼 수 있었던 것을 지금 내가 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미실》을 통해 나는 찾은 것이다. 많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권력으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달콤한 유혹인 것인가? 미실은 나에게 그런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당당한 자신감,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서 발전해나갈 수 있게 하는 끈기를 지금 가져야 할 때라는 울림이 신라의 아름다운 여인 미실의 입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내 눈과 귀를 통해 메아리치고 있다.
여자여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미실은 느꼈고, 이제는 내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실》을 통해 미실과 만난 그녀들은 자신의 차례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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