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 열심히 썼던 장문의 글이 키 하나 잘못 눌러서 다 날아갔습니다.
다시, 좀 요약해서 쓰겠습니다.
<미실>에서 묘사된 성풍속도가 너무 당혹스럽다(!)고 말씀하시는 독자들이 간혹 계신데,
그것은 지금 <화랑세기> 필사본이 위작으로 의심받고 있는 근거 중의 하나인 '음란하고 황종한' 역사에 대한 거부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당혹스러운' 부분은 독자분들이나, 저나, <화랑세기> 필사본이 진본이라고 주장하시는 역사학자들에게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저는 그것을 '도덕성 논쟁'으로 끌고가기에 앞서
우리 고대사, 그 중에서도 신라를 지배했던 사상적 조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치원이 지은 '난랑비서문'에는 '유, 불, 선 3교의 진리를 포함한 현묘한 도' 즉 '풍류도'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최치원은 중국에서 공부를 했던 유학자입니다. 하지만 그는 불교, 노장사상, 풍수지리설까지도 아무 모순없이 복합적으로 이해하였고, 그것이 신라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사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풍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는 좀 낯선 도가철학과 신선사상에 대해 먼저 알 필요가 있습니다.
도가철학은 <노자>또는 <도덕경>, <장자> <열자> 등과 같은 경전의 사상입니다. 도가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이고, 신라에서는 화랑 김유신이나 그의 증손 김암(金巖)이 도교적 방술에 능통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도교의 신선사상은 불로장생의 신선의 존재를 믿고 그 경지에 달하기를 바라는 사상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신선사상이 무속과 함께 원시 고유신앙의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선인들이 사는 지역으로 자주 동방을 지칭하였는데, 한국 고유의 선도는 중국 도교가 성립되기 이전에 이미 신선설의 본고장으로 알려져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신라의 도교전래는 공식적으로 <삼국사기>의 738년(효성왕2)이지만 도교적인 문화현상은 삼국 중 가장 도드라졌습니다. 시조 박혁거세를 선도성모가 낳았다는 전설이 있고, 이른바 신라의 사선 또는 감시선인 등에 관한 신선설화가 있습니다.
저는 이 '신선사상'과 '풍류도'를 <미실>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신국의 도'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유교와 불교 등의 외래 사상이 도입되기 이전에,
주변의 소국들을 복속시키며 강력한 '신권'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상적인 기반이 필요했고,
그것이 바로 자연과 인간, 육체와 정신의 합일을 지향하는 고유한 '신국의 도'로 표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원시공동체 사회가 아닌 이상 '모계사회'는 그 흔적만이 남아있을 뿐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졌고, 실제로 고대사회는 남성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모계사회'의 이론으로 <미실>의 세계를 설명하기보다는,
신라 고유의 사상, 아름다움과 현재적 삶을 찬양하는 독특한 세계관 인생관을 이해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모두는 전공자도 연구자도 아닌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음...쓰다 보니 아까 날린 글과 거의 비슷한 길이가 되어버렸습니다.
소설이 '재미없다'고 하시면 저로서야 할말이 없지만,
소설이 '불쾌하다'고 하시는데는 역사적 사실을 더 해명하고픈 생각이 불끈(!)치솟아,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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