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지방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답변이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화랑세기> 필사본에는 우리가 그동안 다른 사서에서 보지 못했던 신라의 독특한 제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마복자, 삼서제 등등 중에 '인통'이라는 특이한 제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통은 이른바 '왕비족'을 생산하는 신라 고유의 제도인데,
인통은 크게 둘로 나뉘어져 '진골정통'과 미실이 속한 '대원신통'을 들 수 있습니다.
신라 왕실의 혼인제도가 근친혼과 인통제를 근간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많은 학자들의 견해대로 골의 신성함을 유지함으로써 왕권을 강화시키고자 했던 의지로부터 비롯된다 할 수 있습니다.
글쎄요...전공자도 아니고 연구자도 아닌 제가 대원신통이 신라중흥에 궁극적으로 기여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판단할 자격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역사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선에서,
한 사회를 유지하고 통합하는 데는 반드시 그 시대의 사람들로부터 합의된 어떤 '사상'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신라는 '신국의 도'를 통하여 삼한을 통합했고,
고려는 불교를 통해, 조선은 유교를 통해 자기 사회를 유지하고 통합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후대에 평가하기를 유교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주로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폐해로 나타난다는 견해가 많지만,
실제로 조선만큼 강고한 이념 국가는 없었습니다.
성리학이라는 단단한 이념이 있었기에 조선왕조 5백년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신라가 '개이빨처럼 맞물렸던' 삼국의 경쟁과 항쟁 과정에서 마침내 최종적인 승리자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사상을 굳건히 확립하고 지켜낸 것이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상, 혹은 이념이란 결국 '이런이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사람들의 꿈이자 의지이자 소원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미실'은 이러한 신라의 이념인 '신국의 도'를 가장 잘 체현한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하나마 이것이 제 답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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